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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유리는 지난 11월 4일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 사유리는 자신이 엄마가 된 것에 대해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충격적 진단을 받았다. 평소 출산 의지가 강했던 사유리는 더 이상 임신을 미룰 수 없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어 일본에서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는 일.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이에 대해 사유리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한 한국 실태를 꼬집으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공정자은행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차병원 등 주요 병원이 정자 동결보존과 해동시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자 기증자가 적어 우리나라에서 정자를 기증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처럼 정자 기증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부계사회의 특성이 짙고 혈연주의가 강한 한국 정서에서 기인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난임부부로서 정자 기증을 받기도 힘든 사회에서 미혼인 사유리의 출산은 고리타분한 편견에 강렬한 경종을 울렸다. 엄마, 아빠, 이들이 출산한 자녀로 구성된 '정상적 가정'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타파했다. 이렇게도 엄마가 될 수 있고, 이런 가정도 한국 사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사유리는 사유리처럼 결혼과 출산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 우리 사회가 '가족'이라는 고전적 틀을 깨고 그 형태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는 강력한 계기를 마련했다. 평소 방송에서 4차원 캐릭터로 유명했던 사유리는 현실에서도 상식과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으로 대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사유리의 가족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때로는 세상의 시선이 버겁기도 하겠지만 지금의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한 걸음씩 정진해나가길 응원한다.
우리 사회도 사유리와 그의 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의 울타리를 허물고 이들 가족을 진정으로 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유리가 우리 사회에 뿌린 다양성의 씨앗이 훗날 우람한 숲이 되어 세상을 더욱 다채롭고 자유로운 곳으로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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